‘평양성’은 2011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2003년 개봉했던 ‘황산벌’의 후속작입니다.
이 영화는 신라의 김유신과 고구려의 연개소문,
그리고 당나라 군대 간의 삼국 간 정치적 역학을 유쾌하게 풍자한 코미디 사극입니다.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웃음과 풍자를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진중한 역사극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고구려 전투를 배경으로 한 상상력
영화 ‘평양성’의 배경은 삼국 시대 말기,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고 고구려를 침략하는 시기입니다. 신라의 김유신 장군은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을 공격하기 위해 당나라 군대와 연합해 북진하지만, 전투보다는 정치적 셈법과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전개가 중심입니다. 실제 역사에서 668년 신라-당 연합군이 고구려를 멸망시킨 사건을 영화는 가볍고 유쾌한 시선으로 재해석합니다. 주인공 김유신은 나라를 위한 전쟁을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과 명예를 위한 전략이 숨어 있으며, 이에 맞서는 고구려 장군들의 모습은 비장하지만 어딘가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바로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한 허구적 상상력입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지만, 당시의 권력관계, 군대 문화, 국가 간 외교 문제 등을 현대적으로 풍자하여 관객들에게 웃음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전쟁이 단지 힘의 싸움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임을 꼬집으며, 고대의 상황이지만 오늘날 사회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인간의 본성과 권력욕을 비판적으로 그려냅니다.
캐릭터 중심의 유쾌한 풍자극
‘평양성’은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구조가 매우 강력합니다. 김유신 장군 역을 맡은 정진영은 진중하면서도 어리숙한 인물을 절묘하게 표현하며, 이전 ‘황산벌’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이어받아 성숙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고구려 측 장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뚝뚝하고 진지한 가운데서도 현실적인 고뇌를 드러내며 인간미를 부여받습니다. 당나라 장수들은 외국 군대의 모습을 코믹하게 표현하여, 제국주의적 태도와 문화적 우월주의를 풍자합니다. 이를 통해 외세에 의존하는 신라의 입장과, 자국을 지키려는 고구려의 절박함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킵니다. 이 영화의 유머는 단순한 대사나 상황 코미디를 넘어,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꼬집는 블랙코미디 형식에 가깝습니다. 장수들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병사들,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전략, 무기력한 민중의 모습 등은 현대 사회와 겹쳐 보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캐릭터는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과장된 듯 보이지만, 그 과장 속에는 현실의 단면이 담겨 있어 더 큰 공감을 유도합니다.
웃음 뒤에 남는 씁쓸함과 풍자의 미학
‘평양성’이 단순한 코미디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속에 숨겨진 강력한 풍자의 힘 때문입니다. 고구려의 마지막 전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영화는 당시의 비극보다는 현재 사회의 구조와 반복되는 역사에 주목합니다. 병사들은 명분 없는 전쟁에 동원되며, 상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목숨을 잃습니다. 이 장면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야기입니다. 권력자들의 명분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와,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민중의 고통은 시대를 초월하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본성과 욕망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영웅으로 그려지는 김유신 역시 완벽하지 않은 인물이며, 당나라의 장수들 또한 고결함보다는 이익을 좇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처럼 ‘평양성’은 인물들의 결점과 갈등을 통해 인간적인 드라마를 만들어가며,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복합적인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긴장감보다는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지하면서도, 전쟁의 결과와 그 뒤에 남겨진 허무함을 강조합니다. 결국 승자도, 패자도 모두 희생과 허탈함만을 남기고 사라지며, 이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평양성’은 역사 코미디라는 독특한 장르를 통해, 과거의 전쟁을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유쾌한 풍자와 입체적인 캐릭터,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는 웃음 속에 날카로운 비판과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닌,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영화입니다. 지금이라도 한 번 다시 감상해보며, 그 안에 담긴 풍자의 의미를 되새겨보시길 추천드립니다.